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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적인 책임

설계의 품질을 좌우하는 책임

객체지향 공동체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는 ‘자율적’인 객체다. 이때 자율적인 객체란 스스로 정한 원칙에 따라 판단하고 스스로의 의지를 기반으로 행동하는 객체다.

객체가 어떤 행동을 하는 유일한 이유는 다른 객체로부터 요청을 수신했기 때문이다. 요청을 처리하기 위해 객체가 수행하는 행동을 책임이라고 한다. 따라서 자율적인 객체란 스스로의 의지와 판단에 따라 각자 맡은 책임을 수행하는 객체를 의미한다.

적절한 책임이 자율적인 객체를 낳고, 자율적인 객체들이 모여 유연하고 단순한 협력을 낳는다. 따라서 협력에 참여하는 객체가 얼마나 자율적인지가 전체 application의 품질을 결정한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증언할 수 있는 자유

앨리스의 재판 이야기를 다시 떠올려보자. 그림에 그려진 것처럼 왕은 목격자인 모자 장수에게 ‘증언하라’는 요청을 전송한다. 모자 장수가 재판이라는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왕의 요청을 적절하게 처리한 후 응답해야 한다. 요청은 수신자의 책임을 암시하므로 모자 장수는 재판이라는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 ‘증언할’ 책임을 진다.

왕은 모자 장수가 ‘증언하라’는 자신의 요청에 반응해 책임을 완수할 수만 있다면 어떤 방법으로 증언하는지에 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모자 장수는 요청을 받아야만 책임을 수행하기 시작하겠지만 증언 방식이나 증언에 필요한 자료는 스스로의 의지와 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위 그림과 같이 왕이 모자 장수가 증언하는데 필요한 행동들을 좀 더 상세하게 요청한다고 가정해보자. 왕은 ‘목격했던 장면을 떠올려라’, ‘떠오르는 기억을 시간 순서대로 재구성하라’, ‘말로 간결하게 표현하라’와 같이 좀 더 상세한 수준으로 요청한다. 모자 장수는 그림 5.1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요청들을 차례대로 처리해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이 책임들이 모자 장수가 증언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점이다. 모자 장수는 목격했던 장면을 떠올려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기 떄문에 기록한 메모가 있더라도 참조할 수 없다. 단지 자신의 기억에만 의존해야 한다. 기억하고 있는 내용을 반드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열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진술 순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도 없다. 증언 내용을 말로 표현해야만 한다는 제약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증언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박탈한다. 상세한 수준의 책임은 증언이라는 협력의 최종 목표를 만족시킬지는 몰라도 모자 장수가 누려야 하는 선택의 자유를 크게 훼손한다. 결과적으로 모자 장수는 자율적으로 책임을 수행할 수 없다.

그림 5.1에서 모자 장수에게 할당된 책임은 그 자체로 모자 장수의 자율성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을 정도로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면서도 모자 장수가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지시하고 있다. 반면 그림 5.2에서 모자 장수에게 할당된 좀 더 상세한 수준의 책임들은 모자 장수의 자율성을 제한한다.

객체지향 세계는 자율적인 객체들의 공동체이다. 객체가 자율적이기 위해서는 객체에게 할당되는 책임의 수준 역시 자율적이어야 한다.

너무 추상적인 책임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책임을 선택한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과도하게 추상적인 것 역시 문제다.

위 그림에서 모자 장수는 왕과 협력하기 위해 ‘설명하라’는 책임을 수행한다. 이때 모자 장수는 무엇을 설명해야 하는가?

책임은 협력에 참여하는 의도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수준 안에서 추상적이어야 한다. ‘증언하라’는 책임이 훌륭한 책임인 이유는 모자 장수의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추상적이면서 협력의 의도를 뚜렷하게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어떻게’가 아니라 ‘무엇’을

자율적인 책임의 특징은 객체가 ‘어떻게(how)’ 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무엇(what)’을 해야 하는가를 설명한다는 것이다. ‘증언한다’라는 책임은 모자 장수가 협력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결정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증언할 방법은 모자 장수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책임을 자극하는 메시지

객체지향 공동체 안에 거주하는 객체는 다른 객체로부터 요청을 수신할 때만 행동을 시작한다. 즉, 객체가 자신에게 할당된 책임을 수행하도록 만드는 것은 외부에서 전달되는 요청이다. 이 요청을 우리는 메시지라고 부른다. 이제 메시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메시지와 메서드

메시지

앞서 살펴봤던 예시에서 왕이 모자 장수에게 전송하는 메시지를 가리키는 ‘증언하라’라는 부분을 메시지 이름(message name)이라고 한다. 메시지를 전송할 때 추가적인 정보가 필요한 경우 메시지의 인자(argument)를 통해 추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왕이 모자 장수에게 ‘증언하라’라고 요청할 때 부가적으로 특정한 장소와 시간에 목격한 것을 증언하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이것은 왕이 전송하는 메시지의 인자를 이용해 ‘언제’와 ‘어디서’라는 추가적인 정볼르 실어 보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메시지는 message name과 argument의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왕이 어제, 왕국에서 목격한 것을 증언하기를 요청하고 싶을 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사용할 것이다.

증언하라(어제, 왕국)

메시지 전송은 수신자와 메시지의 조합이다. 예를 들어, 왕이 모자 장수에게 어제, 왕국에서 목겨한 것을 증언하라고 요청하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송할 것이다.

모자장수.증언하라(어제, 왕국)

메시지를 수신받은 객체는 우선 자신이 해당 메시지를 처리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메시지를 처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객체가 해당 메시지에 해당하는 행동을 수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객체가 수신할 수 있는 메시지의 모양이 객체가 수행할 책임의 모양을 결정한다.

재판 협력에서 모자 장수는 ‘증인석에 입장하라’와 ‘증언하라’라는 두 가지 메시지를 받는다. 모자 장수에게는 두 메시지를 수신한 후 적절한 행동을 할 책임이 있다. 모자 장수가 수행할 책임은 메시지의 이름을 딴 ‘증인석에 입장하다’와 ‘증언하다’일 것이다. 이처럼 모자 장수가 수신할 수 있는 메시지가 모자 장수가 수행해야 할 책임의 모양을 결정한다.

모자 장수는 ‘증인석에 입장하라’와 ‘증언하라’라는 메시지를 수신했을 때 이를 처리하는 방법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이는 메시지를 선송하는 왕과 하얀 토끼가 모자 장수에 대해 메시지를 제외한 어떤 것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왕은 오직 자신이 어떤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는지와 모자 장수가 어떤 방법으로든 자신의 메시지를 처리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사실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모자 장수가 메시지를 변경하지만 않는다면 책임을 수행하는 방법을 변경하더라도 왕은 그 사실을 알 수 없다. 이것은 객체의 외부와 내부가 메시지를 기준으로 분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약하면 메시지는 객체들이 서로 협력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의사소통 수단이다. 이때 객체는 메시지를 처리하기 위한 방법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외부의 객체는 메시지에 관해서만 볼 수 있고 객체 내부는 볼 수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객체의 외부와 내부가 분리된다.

메서드

앞의 설명을 통해 객체가 수신할 수 있는 ‘메시지’와 메시지를 처리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두 가지 개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모자 장수가 메시지를 처리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선택하는 방법을 메서드라고 한다.

객체는 메시지를 수신하면 먼저 해당 메시지를 처리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메시지를 처리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기 위해 메시지를 처리할 방법인 메서드를 선택하게 된다.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메서드는 클래스 안에 포함된 function 또는 procedure를 통해 구현된다. 따라서 어떤 객체에게 메시지를 전송하면 결과적으로 메시지에 대응되는 특정 메서드가 실행된다.

메시지는 ‘어떻게’ 수행될 것인지는 명시하지 않는다. 메시지는 단지 operation을 통해 ‘무엇’이 실행되기를 바라는지만 명시하며, 어떤 메서드를 선택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수신자의 결정에 좌우된다.

다형성

다형성이란 서로 다른 유형의 객체가 동일한 메시지에 대해 서로 다르게 반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서로 다른 type에 속하는 객체들이 동일한 메시지를 수신할 경우 서로 다른 메서드를 이용해 메시지를 처리할 수 있는 mechanism을 가리킨다. 따라서 다형성을 하나의 메시지와 하나 이상의 메서드 사이의 관계로 볼 수 있다.

앨리스의 이야기에서 모자 장수, 요리사, 앨리스는 모두 왕이 전송한 ‘증언하라’라는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다. 각 수신자는 왕이 전송한 메시지를 처리하기 위해 자신만의 방법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이것은 모자 장수와 요리사, 앨리스 모두 자신의 의지에 따라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 자율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서로 다른 객체들이 다형성을 만족시킨다는 것은 객체들이 동일한 책임을 공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형성에서 중요한 것은 메시지 송신자의 관점이다. 메시지 수신자들이 동일한 operation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처리하더라도 메시지 송신자의 관점에서 이 객체들은 동일한 책임을 수행하는 것이다. 즉, 송신자의 관점에서 다형적인 수신자들을 구별할 필요가 없으며 자신의 요청을 수행할 책임을 지닌다는 점에서 모두 동일하다. 즉, 그들은 동일한 ‘증인’이라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다형성은 메시지 송신자의 관점에서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는 다양한 type의 객체와 협력할 수 있게 한다. 다형성은 동일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객체들 사이의 대체 가능성을 의미한다. 왕의 입장에서 요리사와 앨리스는 모자 장수를 대신해서 ‘증언하라’는 요청을 수행할 수 있다.

다형성을 사용하면 송신자가 수신자의 종류를 모르더라도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다. 즉, 다형성은 수신자의 종류를 capsulation한다. 메시지를 수신하는 대상이 모자 장수인지, 요리사인지, 앨리스인지는 알 필요가 없다. 단지 ‘증언하라’라는 메시지를 이해하면서 ‘증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수신자라면 어떤 누구와도 협력이 가능하다.

유연하고 확장 가능하고 재사용성이 높은 협력의 의미

송신자가 수신자에 대해 매우 적은 정보만 알고 있더라도 상호 협력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설계의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1. 협력이 유연해진다. 송신자는 수신자가 메시지를 이해한다면 누구라도 상관하지 않으며, 수신자를 다른 type의 객체로 대체하더라도 송신자는 알지 못한다. 따라서 송신자에 대한 파급효과 없이 유연하게 협력을 변경할 수 있다.
  2. 협력이 수행되는 방식을 확장할 수 있다. 송신자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고 수신자를 교체할 수 있기 때문에 협력의 세부적인 수행 방식을 쉽게 수정할 수 있다. 왕과 증인 사이에는 ‘증언하라’라는 메시지를 기반으로 느슨한 연결 관계만 존재하기 때문에 재판장에 출석하지 않고 동영상만 보내는 객체라도 책임만 완수할 수 있다면 쉽게 수용할 수 있다.
  3. 협력이 수행되는 방식을 재사용할 수 있다. 협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서도 다양한 객체들이 수신자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문맥에서 협력을 재사용할 수 있다. 재판이라는 협력은 모자 장수가 존재하는 곳에서도, 요리사가 존재하는 곳에서도, 앨리스가 존재하는 곳에서도, 심지어 아직 알려지지 않은 미래의 누군가가 존재하는 곳에서도 재사용 가능하다.

송신자와 수신자를 약하게 연결하는 메시지

무엇이 유연하고 확장 가능하고 재사용성이 높은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가? 이 모든 것은 다형성을 지탱하는 메시지가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메시지는 송신자와 수신자 사이의 결합도를 낮춤으로써 설계를 유연하고, 확장 가능하고, 재사용 가능하게 만든다.

송신자는 오직 메서드만 바라본다. 수신자의 정확한 type을 모르더라도 상관없다. 단지 수신자가 메시지를 이해하고 처리해 줄 것이라는 사실만 알아도 충분하다. 수신자와 송신자는 메시지라는 얇은 끈으로만 이어져 있다. 메시지를 기반으로 한 두 객체 사이의 낮은 결합도가 설계를 유연하고 확장 가능하며 재사용 가능하게 만드는 비결이다.


메시지를 따라라

객체지향의 핵심, 메시지

객체지향의 기본 개념은 책임을 수행하는 자율적인 객체들의 협력을 통해 application을 구축하는 것이다. 객체지향의 세계에서 객체들이 서로 협력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메시지를 전송하는 것이다. 다른 객체와 협력할 필요가 있는 객체는 메시지를 전송하고, 메시지를 수신한 객체는 미리 정의된 방법에 따라 수신된 메시지를 처리한다. 메시지를 수신한 객체 역시 메서드를 실행하는 중에 다른 객체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적합한 객체에게 메시지를 전송한다. 객체지향 application의 중심 사상은 연쇄적으로 메시지를 전송하고 수신하는 객체들 사이의 협력 관계를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유용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다.

객체지향 언어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객체지향 application을 클래스의 집합으로 생각한다. 클래스가 코드를 구현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중요한 추상화 도구인 것은 사실이지만 객체지향의 강력함은 클래스가 아니라 객체들이 주고받는 메시지로부터 나온다. 객체지향 application은 클래스를 이용해 만들어지지만 메시지를 통해 정의된다. 실제로 application을 살아있게 만드는 것은 클래스가 아닌 객체이다. 그리고 이런 객체들의 윤곽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객체들이 주고받는 메시지이다.

클래스는 단지 동적인 객체들의 특성과 행위를 정적인 텍스트로 표현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추상화 도구일 뿐이다. 클래스를 정의하는 것이 먼저가 아니라 객체들의 속성과 행위를 식별하는 것이 먼저다. 클래스는 객체의 속성과 행위를 담는 틀일 뿐이다.

객체 자체에 초점을 맞출 경우 흔히 범하게 되는 실수는 협력이라는 문맥을 배제한 채 객체 내부의 데이터 구조를 먼저 생각한 후 데이터 조작에 필요한 operation을 나중에 고려하는 것이다.

메시지가 아니라 데이터를 중심으로 객체를 설계하는 방식은 객체의 내부 구조를 객체 정의의 일부로 만들기 때문에 객체의 자율성을 저해한다. 객체의 내부 구조는 감춰져야 한다. 외부의 객체가 객체의 내부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면 객체가 자신의 의지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자율성이 저해된다. 결국 객체 외부에서는 몰라도 되는 객체 내부 구조의 변경이 외부의 협력자에게까지 파급될 것이다. 이와 같은 접근 방법을 Data Driven Design(데이터 주도 설계)라고 한다.

훌륭한 객체지향 설계는 어떤 객체가 어떤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는가와 어떤 객체가 어떤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객체 사이의 협력 관계를 구성하는 것이다. 객체지향 설계의 중심에는 메시지가 위치한다. 객체가 메시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메시지가 객체를 선택하게 해야 한다. 메시지가 객체를 선택하게 만들려면 메시지를 중심으로 협력을 설계해야 한다.

Responsibility Driven Design 다시 살펴보기

객체지향 설계는 적절한 책임을 적절한 객체에게 할당하면서 메시지를 기반으로 협력하는 객체들의 관계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이처럼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협력하는 객체들을 이용해 시스템을 설계하는 방법을 Responsibility Driven Design(책임-주도 설계)라고 한다. Responsibility driven design의 기본 아이디어는 객체들 간에 주고받는 메시지를 기반으로 적절한 역할과 책임, 협력을 발견하는 것이다.

Responsibility driven design에서 역할, 책임, 협력을 식별하는 것은 application이 수행하는 기능을 시스템의 책임으로 보는 것부터 시작된다. 시스템이 수행할 책임을 구현하기 위해 협력 관계를 시작할 적절한 객체를 찾아 시스템의 책임을 객체의 책임을 할당한다. 객체가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다른 객체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어떤 메시지가 필요한지 결정한다. 메시지를 결정한 후에는 메시지를 수신하기에 적합한 객체를 선택한다. 수신자는 송신자가 기대한 대로 메시지를 처리할 책임이 있다. 결과적으로 메시지가 수신자의 책임을 결정한다.

What / Who Cycle

Responsibility driven design의 핵심은 어떤 행위가 필요한지를 먼저 결정한 후에 이 행위를 수행할 객체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흔히 What/Who cycle이라 한다. 객체 사이의 협력 관계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행위(what)’를 수행할 것인지를 결정한 후에 ‘누가(who)’ 그 행위를 수행하는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협력이라는 문맥 안에서 객체의 책임을 결정하는 것은 메시지다. 책임이 먼저 오고 객체가 책임을 따른다. 결과적으로 시스템이 수행해야 하는 전체 행위는 협력하는 객체들의 책임으로 분배된다.

묻지 말고 시켜라

메시지를 먼저 결정하고 메시지에 적합한 객체를 선택하는 방식을 따르다 보면 객체 사이의 협력 방식을 특징짓는 한 가지 스타일에 이르게 된다. 송신자는 수신자가 어떤 객체인지 모르기 때문에 객체에 관해 캐물을 수 없다. 단지 송신자는 자신이 전송한 메시지를 잘 처리할 것이라는 것을 믿고 메시지를 전송할 수밖에 없다. 이런 스타일의 협력 패턴은 ‘묻지 말고 시켜라’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는 객체지향 application이 자율적인 객체들의 공동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객체는 다른 객체의 결정에 간섭하지 말아야 하며, 모든 객체는 자신의 상태를 기반으로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객체는 다른 객체의 상태를 묻지 말아야 한다. 단지 필요한 메시지를 전송하기만 하고 메시지를 수신하는 객체가 스스로 메시지의 처리 방법을 결정하게 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묻지 말고 시켜라’ 스타일은 객체를 자율적으로 만들고 캡슐화를 보장하며 결합도를 낮게 유지시켜 주기 때문에 설계를 유연하게 만든다.

메시지를 믿어라


객체 인터페이스

인터페이스

일반적으로 인터페이스란 어떤 두 사물이 마주치는 경계 지점에서 서로 상호작용할 수 있게 이어주는 방법이나 장치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인터페이스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특징을 지닌다.

  1. 인터페이스의 사용법을 익히기만 하면 내부 구조나 동작 방식을 몰라도 쉽게 대상을 조작하거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2. 인터페이스 자체는 변경하지 않고 단순히 내부 구성이나 작동 방식만을 변경하는 것은 인터페이스 사용자에게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3. 대상이 변경되더라도 동일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기만 하면 아무런 문제 없이 사호작용 할 수 있다.

메시지가 인터페이스를 결정한다.

객체가 다른 객체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메시지 전송’이다. 따라서 객체의 인터페이스는 객체가 수신할 수 있는 메시지의 목록으로 구성되며 객체가 어떤 메시지를 수신할 수 있는지가 객체가 제공하는 인터페이스의 모양을 빚는다.

공용 인터페이스

인터페이스는 외부에서 접근 가능한 공개된 인터페이스와 내부에서만 접근할 수 있는 감춰진 인터페이스로 구분된다. 내부에서만 접근 가능한 사적인 인터페이스와 구분하기 위해 외부에 공개된 인터페이스를 공용 인터페이스라고 한다. 공용 인터페이스건 사적인 인터페이스건 상관 없이 모든 인터페이스는 메시지 전송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다. 단지 메시지 송신자가 다른 객체인지 아니면 객체 자신인지만 다를 뿐이다.

왕과 모자 장수 사이에는 ‘증언하라’라는 메시지를 전송하고 수신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존재한다. 하얀 토끼와 모자 장수 사이에는 ‘증인석에 입장하라’라는 메시지를 수신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존재한다. 모자 장수는 왕과 하얀 토끼로부터 ‘증언하라’라는 메시지와 ‘증인석에 입장하라’라는 메시지에 응답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외부에 공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객체가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 수행하는 메시지가 객체의 공용 인터페이스의 모양을 암시한다. 공용 인터페이스를 자극해서 책임을 수행하게 하는 것은 객체에게 전송되는 메시지이다. 책임은 객체가 메시지를 수신했을 때 수행해야 하는 객체의 행동이며, 실제로 객체의 공용 인터페이스를 구성하는 것은 외부로부터 수신할 수 있는 메시지의 목록이다.

책임, 메시지, 그리고 인터페이스


인터페이스 구현의 분리

객체 관점에서 생각하는 방법

객체지향적인 사고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원칙을 살펴봐야 한다.

  1. 좀 더 추상적인 인터페이스
  2. 최소 인터페이스
  3. 인터페이스와 구현 간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식

첫 번째 원칙인 ‘좀 더 추상적인 인터페이스’에 관해서는 앞서 이미 살펴봤다. 왕이 모자 장수에게 ‘목격했던 장면을 떠올려라’, ‘떠오르는 기억을 시간 순서대로 재구성하라’, ‘말로 간결하게 표현하라’와 같은 지나치게 상세한 수준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객체의 자율성을 저해한다. 대신 ‘증언하라’라는 좀 더 추상적인 수준의 메시지를 수신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면 수신자의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다. 따라서 너무 구체적인 인터페이스보다는 추상적인 인터페이스를 설게하는 것이 더 좋다.

두 번째 원칙인 ‘최소 인터페이스(minimal interface)’ 주의는 외부에서 사용할 필요가 없는 인터페이스는 최대한 노출하지 말라는 것이다. 인터페이스를 최소로 유지하면 객체의 내부 동작에 대해 가능한 한 적은 정보만 외부에 노출할 수 있다. 따라서 객체의 내부를 수정하더라도 외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마지막 원칙은 별도로 설명하겠다. 그만큼 중요하다. 우리는 지금까지 객체의 외부와 내부를 명확하게 분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때 객체의 외부를 공용 인터페이스라고 부른다. 그리고 객체의 내부를 가리키는 특별한 용어 역시 존재한다.

구현

객체지향의 세계에서 내부 구조와 작동 방식을 가리키는 고유의 용어는 구현(implementation)이다. 객체를 구성하지만 공용 인터페이스에 포함되지 않는 모든 것이 구현에 포함된다.

객체의 상태는 구현에 해당한다. 메서드를 구성하는 코드 자체는 객체 외부에 노출되는 공용 인터페이스의 일부가 아니기 때문에 구현 부분에 포함된다.

객체의 외부와 내부를 분리하라는 것은 결국 객체의 공용 인터페이스와 구현을 명확하게 분리하라는 말과 동일하다.

인터페이스 구현의 분리 원칙

훌륭한 객체란 구현을 모른 채 인터페이스만 알면 쉽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객체를 의미한다. 이는 객체를 설계할 때 객체 외부에 노출되는 인터페이스와 객체 내부에 숨겨지는 구현을 명확하게 분리해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인터페이스와 구현의 분리 원칙(SIP, separation of interface and implementation principle)이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객체 설계의 핵심은 객체를 두 개의 분리된 요소로 분할해 설계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외부에 공개되는 인터페이스와 내부에 감춰지는 구현이다.

객체의 모든 것이 외부에 공개되어 있다면 아무리 작은 부분을 수정하더라도 변경에 의한 파급효과가 객체 공동체의 구석구석까지 파고들 것이다.

인터페이스와 구현 분리 원칙은 변경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다시 말해 송신자와 수신자가 구체적인 구현 부분이 아니라 느슨한 인터페이스에 대해서만 결합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인터페이스와 구현을 분리한다는 것은 변경될 만한 부분을 객체의 내부에 꽁꽁 숨겨 놓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이 원칙을 수행하기 위한 객체 설계 방법을 캡슐화라고 한다.

캡슐화

객체의 자율성을 보존하기 위해 구현을 외부로부터 감추는 것을 캡슐화라 한다. 객체는 상태와 행위를 함께 캡슐화함으로써 충분히 협력적이고 만족스러울 정도로 자율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객체지향 세계에서 캡슐화는 두 가지 관점에서 사용된다.

  • 상태와 행위의 캡슐화
  • 사적인 비밀의 캡슐화

상태와 행위의 캡슐화

객체는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관리하며 상태를 변경하고 외부에 응답할 수 있는 행동을 내부에 함께 보관한다. 객체는 상태와 행동을 하나의 단위로 묶는 자율적인 실체다. 이 관점에서의 캡슐화를 데이터 캡슐화(data encapsulation)라고 한다.

객체는 상태와 행위를 한데 묶은 후 외부에서 반드시 접근해야만 하는 행위만 골라 공용 인터페이스를 통해 노출한다. 객체가 자율적이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데이터 캡슐화는 자율적인 객체를 만들기 위한 전제 조건이기도 하다.

사적인 비밀의 캡슐화

객체의 공용 인터페이스는 외부에서 전송 가능한 메시지의 집합이다. 외부 객체는 오직 공용 인터페이스에 정의된 메시지를 통해서만 객체에 접근할 수 있다. 외부에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는 메시지만을 객체의 공용 인터페이스에 포함시키고 개인적인 비밀은 공용 인터페이스의 뒤에 감춤으로써 외부의 불필요한 공격과 간섭으로부터 내부 상태를 격리할 수 있다. 따라서 객체는 공용 인터페이스를 경계로 최대한의 자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자율적인 객체는 공용 인터페이스를 수정하지 않는 한 자신과 협력하는 외부 객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내부의 구현을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다. 이는 인터페이스와 구현의 분리 원칙과도 연결되며, 구현을 변경할 때 외부에 대한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외부의 객체는 공용 인터페이스에만 의존해야 하고 구현 세부 사항에 대해 직접적으로 의존해서는 안된다.

객체를 자율적인 존재로 바라보는 것은 결국 객체의 내부와 외부를 엄격하게 분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객체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변경하고 조작할 수 있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객체의 내부다. 동시에 객체는 외부의 객체가 의지하고 접근할 수 있는 공용 인터페이스를 갖는다. 이것은 객체의 외부다.


책임의 자율성이 협력의 품질을 결정한다

그림 5.1에서 모자 장수는 책임을 수행하기 위해 증언 방법과 순서를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린다. 그에 비해 그림 5.2에서 무자 장수는 왕의 요청에 따라 증언 방법과 순서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왜 책임의 자율성을 그렇게 강조했던 것일까?

객체의 책임이 자율적일수록 협력이 이해하기 쉬워지고 유연하게 변경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책임이 얼마나 자율적인지가 전체적인 협력의 설계 품질을 결정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자율적인 책임은 협력을 단순하게 만든다. 왕이 모자 장수에게 원하는 것은 단지 ‘증언하는 것’뿐이다. 증언하기 위해 모자 장수가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어떤 순서대로 행동하는지에 대해 왕은 관심조차 없다. 자율적인 책임은 의도를 명확하게 표현함으로써 협력을 단순하고 이해하기 쉽게 만든다.

    자율적인 책임은 세부적인 사항들을 무시하고 의도를 드러내는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함으로써 협력을 단순하게 만든다. 즉, 책임이 적절하게 추상화된다.

  2. 자율적인 책임은 모자 장수의 외부와 내부를 명확하게 분리한다. ‘증언하다’라는 책임을 수행하는 모자 장수는 증언할 방식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책임이 자율적이기 때문에 왕과 모자 장수 사이에 약속된 ‘증언하다’라는 책임만 완수할 수 있으면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는 전적으로 모자 장수의 권한이라는 것이다.

    왕은 모자 장수가 외부에 노출한 책임은 볼 수 있지만 모자 장수가 내부적으로 어떻게 책임을 수행하는지는 볼 수 없다. 모자 장수는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 외부에 노출하는 부분과 책임을 수행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선택하는 방법을 명확하게 나눈다. 즉, 요청하는 객체가 몰라도 되는 사적인 부분이 객체 내부로 캡슐화되기 때문에 인터페이스와 구현이 분리된다.

  3. 책임이 자율적일 경우 책임을 수행하는 내부적인 방법을 변경하더라도 외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림 5.1에서 모자 장수가 증언하는 방법을 변경하더라도 왕에게는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그림 5.2에서 왕은 모자 장수가 ‘목격했던 장면을 떠올리고’, ‘떠오르는 기억을 시간 순서대로 재구성’한 후, ‘말로 간결하게 표현’할 것이라고 가정한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변한다면 왕과 모자 장수 사이의 협력은 무너지고 만다. 결국 왕과 모자 장수 사이의 협력은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책임이 자율적일수록 변경에 의해 수정돼야 하는 범위가 좁아지고 명확해진다. 즉, 변경의 파급효과가 객체 내부로 캡슐화되기 떄문에 두 객체 간의 결합도(coupling)가 낮아진다.

  4. 자율적인 책임은 협력의 대상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 왕의 입장에서 ‘증언하라’라는 책임을 수행할 수 있다면 모자 장수가 아닌 어떤 사람이 요청을 수신하더라도 재판을 진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 모자 장수 외에도 요리사와 앨리스가 대신해 협력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에 그림 5.2의 협력은 상대적으로 협력의 대상을 제한한다. 만약 증언할 대상이 말을 할 수 없다면? 증언할 대상이 시간이 없어 법정에 출두하지 못하고 증언 내용을 녹화한 동영상을 보내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책임이 자율적일수록 협력이 좀 더 유연해지고 다양한 문맥에서 재활용될 수 있다. 즉, 설계가 유연해지고 재사용성이 높아진다.

  5. 객체가 수행하는 책임들이 자율적일수록 객체의 역할을 이해하기 쉬워진다. 재판이라는 협력 안에서 모자 장수는 ‘증인석에 입장하다’와 ‘증언하다’라는 두 가지 책임을 수행한다. ‘증인석에 입장하다’와 ‘증언하다’라는 두 가지 책임이 모여 재판이라는 협력 안에서 모자 장수가 수행하는 역할이 명확하게 전달된다. 두 책임은 모자 장수가 ‘증인’이라는 역할을 수행한단느 사실을 설명하기에 필요한 동시에 충분하다.

    객체가 수행하는 책임들이 자율적이면 자율적일수록 객체의 존재 이유를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객체는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는 강하게 연관된 책임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즉, 책임이 자율적일수록 객체의 응집도(cohesion)를 높은 상태로 유지하기가 쉬워진다.

정리해보자. 책임이 자율적일수록 협력이 이해하기 쉬워지고, 객체의 외부와 내부의 구분이 명확해지며, 변경에 의한 파급효과를 제한할 수 있고,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는 도시에 다양한 문맥에서 재활용할 수 있게 된다.

책임이 자율적일수록 적절하게 추상화되며. 응집도가 높아지고, 결합도가 낮아지며, 캡슐화가 증진되고, 인터페이스와 구현이 명확히 분리되며, 설계의 유연성재사용성이 향상된다.